“다시 못 먹는 그 맛, 서천 가공리 외할머니의 백동치미”

반갑습니다, 미르1052입니다^^


오늘의 한입은? 충남 서천 가공리 외할머니의 백동치미

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늘 향하던 곳이 있었어요.
충청남도 서천, 그중에서도 ‘가공리’라는 작은 마을.
시골길을 따라 안쪽에 자리 잡은 파란지붕의 외할머니 댁은
도착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던 그런 곳이었죠.

그 집 밥상 위에는 늘 빠지지 않고 올라오던 음식이 있었어요.

바로 ‘백동치미’.

어릴 때는 사실 좋아하지 않았어요.
시원한 줄도 몰랐고, 국물이 맹맹하다고만 느껴졌죠.
그런데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인가,
더위에 지쳐 땀을 뻘뻘 흘리던 어느 날
백동치미 한 숟갈이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게 느껴졌어요.
그때부터였죠.
외갓집 가면 백동치미를 가장 먼저 찾게 된 게.

할머니는 마당 끝 장독대 옆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꺼내
살얼음 동동 뜬 백동치미를 그 옛날 사기 사발에 담아 주셨어요.
국물은 맑고 하얗고, 그 위로는 노란 배추잎과 살짝 익은 무가 떠 있었죠.
배추는 한입 베어 물면 아삭하면서도 탱탱했고,
무는 적당히 익어 시원한 물기를 품고 있었어요.
국물은 그 자체로 갈증을 날려주는 마법 같았죠.
새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하고, 짠맛은 거의 없지만 깊은 감칠맛이 도는.
누구나 한입 먹으면 “아~ 시원하다”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맛이었어요.

지금도 시장에서, 식당에서
‘맛있는 동치미’는 흔히 볼 수 있어요.

하지만 외할머니가 가공리에서 담가주신 그 백동치미는

더는 먹을 수 없는,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맛이에요.

누군가에겐 그저 동치미일 수 있지만,
저에겐 외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그 백동치미가

사랑이고, 여름이고, 어린 시절 그리움의 맛입니다.